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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진의 근동 고고학 산책 3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14-03-08 (토) 00:08 조회 : 2781
  • 히브리어 원문에 '솔로몬의 지혜'는 없다

  • 고세진 블로그
    대한성서고고학회 회장
    E-mail : youaremyhonor@gmail.com
    한국과 미국에서 신학을, 이스라엘에서는 히브리어를 전공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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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의 여러 가지 상황들은 ‘솔로몬의 지혜’로도 해결하기 어려울 거라고들 한다. 가정이나 회사나 국가를 경영하는 지혜는 한가지 이다. 그것은 ‘듣고 있는 마음’이다. 그것이 있으면 소통과 화합이 가능하고 없으면 함께 망한다. 솔로몬의 삶이 그러하였다.

신출내기 정치인 솔로몬의 진지한 자세

솔로몬은 서기전 968년경에 예루살렘에서 고대 이스라엘의 왕좌에 올랐다. 세자 책봉 없이 정치인이 된 그는 정치수업을 못한 약점을 극복하는데 진심을 다 하였다. 제사 터에 가서 동물 천 마리를 불에 살라 여호와 신에게 제사를 드렸다. 이런 어마어마한 제사는 이집트와 같은 초대국에서도 보기 어려운 장관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통치에 대하여 신의 도움을 얻고 백성의 마음을 모으기 위한 간절한 행위였다. 그 진지함과 성실함에 신의 마음도 백성의 마음도 감동하였다.

솔로몬이 구한 것은 지혜가 아니라 ‘듣고 있는 마음

진지하고 간절함에 감동한 여호와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물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줄까?” 사람들은 그가 ‘지혜’를 구하였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히브리어 원문을 보면 그는 ‘호흐마’(지혜)를 구하지 않았다. ‘레브 쇼메아’(듣고 있는 마음)를 달라고 하였다. 레브는 심장, 마음을 뜻한다. 쇼메아는 현재진행형으로 ‘듣고 있는’이라는 의미이다. 즉, 레브 쇼메아는 ‘현재적으로 계속하여 듣고 있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남의 말을 끊거나 지레짐작하거나 건성으로 듣거나 내 말만 하지 않고, 남의 말을 충분하게 경청하는 자세가 그것이다. 솔로몬은 인간관계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었다.

‘듣고 있는 마음’으로 얻은 답은 신의 지혜

그리고 ‘솔로몬의 명판결’이 있었다. 두 여자가 갓난아기 하나를 두고 각자 자기의 아들이라고 다투었다. 이 소송은 지방에서 해결이 안 되어 어전에까지 왔다. 그들의 쟁론을 주의 깊게 다 듣고 난 솔로몬은, 자기가 잘 이해했는지 스스로 확인을 하였다. 그리고 장검으로 “아기를 둘로 잘라서 여인들에게 반씩 주라!”고 판결 하였다. 물론 아기는 어미 품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온 나라는 솔로몬의 속에는 ‘신의 지혜’가 있다고 경탄하며 그를 경외하게 되었다고 한다. 잘 듣고 이해한 다음에 나온 판단은 신이 가진 지혜의 수준이 된다는 뜻이다.

‘듣고 있는 마음’을 상실한 솔로몬에게는 ‘사람의 지혜’만 남았다

그게 오래 가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솔로몬은 점차 교만과 독선으로 정치를 밀고 나아갔다. 명성과 부가 쌓이자 하나님의 소리건 사람의 소리건 듣지 않았다. 그는 성전과 왕궁을 화려하게 지으며 외적으로는 성공적인 정치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외교책략의 일환으로 외국의 공주들과 혼인을 하여 궁에 천명이나 되는 첩들을 두고 놀아났다. 그 여자들은 자기들의 신들을 예루살렘에 가져와서 섬겼고 솔로몬은 초심도 중심도 잃었다. 첩들을 위하여 사당들을 지어 놓았던 산은 여호와의 성전에서 가까웠고 지금은 ‘멸망산’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감람산에서 예루살렘을 본 파노라마. 성전산에서 가깝게 바라보이는 멸망산. (현재 성전산은 이슬람의 성소로 황금 돔이 있다.)
감람산에서 예루살렘을 본 파노라마. 성전산에서 가깝게 바라보이는 멸망산. (현재 성전산은 이슬람의 성소로 황금 돔이 있다.)
여호와는 그에게 두 번이나 나타나서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하지 말고, 나의 법도를 벗어나지 말라”고 경고하였다. 그는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여호와의 경고는 백성의 소리이기도 하였다. 백성들은 세금을 내리고 부역을 경감하여 달라고 탄원했다. 신의 소리를 안 듣는 그가 백성들의 소리를 들을 리 없었다. 드디어 그의 속에 있던 ‘신의 지혜’는 떠나갔고 ‘사람의 지혜’만 남게 되었다. 사람의 지혜란 다 그저 그런 것이다. 솔로몬은 일반적인 왕으로 전락했다. 여호와는 그에게 세 번째로 나타나서, “나는 너의 신하가 왕이 되게 할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었다.

경청하지 않는 솔로몬에게 내우외환이 겹치더니 나라는 두 조각이 났다. 작은 나라 이스라엘의 주변에서 에돔, 씨리아, 이집트가 도발하기 시작하였다. 열두 부족들이 연합하여 세운 국가인 고대 이스라엘은 내부에서 균열이 생겼고, 이집트는 그것을 이용하며 이스라엘 국내정치를 어지럽게 하였다. 서부 아시아를 석권하려는 야욕에 차있던 이집트의 파라오 셰송크 1세 (구약성경에는 시샥; 서기전 944-924)는 이스라엘 국내에서 솔로몬에게 대항하는 세력의 중심인 여로보암이라는 사람을 이집트에 망명시켜 도와주었다.
고대 이집트 제22대 왕조 창설자 파라오 셰송크 1세(시샥)이 그의 적들을 쳐부수는 장면. 이집트 카르낙에 있는 아문 신전 벽에 조각되어 있다. 그는 이스라엘의 통일왕국을 정치적 술수로 분열시키고 무력으로 침공하였다.
고대 이집트 제22대 왕조 창설자 파라오 셰송크 1세(시샥)이 그의 적들을 쳐부수는 장면. 이집트 카르낙에 있는 아문 신전 벽에 조각되어 있다. 그는 이스라엘의 통일왕국을 정치적 술수로 분열시키고 무력으로 침공하였다.
하지만 백성의 신망을 잃은 솔로몬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솔로몬의 왕권이 그의 아들에게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이집트라는 강대국의 배경을 업고 여로보암은 북쪽의 열 부족들을 모아 새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었다. 여호와의 선언이 이루어진 것이다. 솔로몬의 아들은 남은 두 부족들만 거느리고 남쪽에서 유다라는 작은 나라를 구성하였다. 파라오 셰송크 1세는 유다를 침공하여 유린하였다.

통일왕국 이스라엘 멸망의 원인은 솔로몬

쪼개진 두 나라들은 서로 싸우다가, 결국에는 큰 나라들의 침공으로 멸망하고 말았다. 북왕국은 서기전 722년에 아씨리아의 침공으로 지도에서 지워졌고, 이 때문에 ‘열 개의 잃어버린 부족들’이라는 말이 생겼다.
전임 황제들이 시작한 이스라엘 민족의 북왕국 멸망과업을 서기전 722년에 마무리 지었던 앗시리아의 황제 사르곤 2세가 신하 앞에서 막대기(홀)을 들고 있다. 이라크의 북쪽지방에 있는 코르사바드에서 발견된 알라바스터(설화석고) 돌판. 높이 3.3 m. 1842년에 프랑스 고고학자 에밀 보타가 발견했다.
전임 황제들이 시작한 이스라엘 민족의 북왕국 멸망과업을 서기전 722년에 마무리 지었던 앗시리아의 황제 사르곤 2세가 신하 앞에서 막대기(홀)을 들고 있다. 이라크의 북쪽지방에 있는 코르사바드에서 발견된 알라바스터(설화석고) 돌판. 높이 3.3 m. 1842년에 프랑스 고고학자 에밀 보타가 발견했다.
남왕국 유다는 서기전 587년에 바빌론의 침공으로 멸망하고 말았다.
이스라엘 민족의 남왕국 유다를 서기전 587년에 멸망시킨 바빌론의 황제 네부카드네짜르 2세가 바빌론에 서기전 575년경에 만든 이시타르 성문의 일부. 불로 구워 유리처럼 반들거리게 한 벽돌로 만든 성문에 부조된 걸어가는 사자. 그의 통치기간 중에 바빌론은 유프라테스 강이 가운데로 흐르는 3백만 평의 대도시로 발전했다. 그는 불가사의한 공중정원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스라엘 민족의 남왕국 유다를 서기전 587년에 멸망시킨 바빌론의 황제 네부카드네짜르 2세가 바빌론에 서기전 575년경에 만든 이시타르 성문의 일부. 불로 구워 유리처럼 반들거리게 한 벽돌로 만든 성문에 부조된 걸어가는 사자. 그의 통치기간 중에 바빌론은 유프라테스 강이 가운데로 흐르는 3백만 평의 대도시로 발전했다. 그는 불가사의한 공중정원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혜자의 대명사인 솔로몬이 성실하게 경청하는 마음(‘듣고 있는 마음’)을 저버리자 자신과 왕실과 국가가 몰락의 길로 빠져 들어갔다. 화려한 궁전과 엄위를 떨치던 성전과 사치스럽던 상류사회 등 외적으로 잘 나가는 것 같던 고대 이스라엘의 몰락을 재촉한 것은 외적이나 경제난이나 큰 문제들이 아니었다. 귀와 마음을 닫은 솔로몬 자신이 그 원인이었다. 큰 나라들은 주변에서 때를 기다리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스테리

솔로몬 이야기를 3천년 전의 전설이라고 하며 가벼이 여기면 망한다. 튀니지에서 시작한 ‘자스민 혁명’의 물결이 이집트, 예멘, 오만, 리비아, 씨리아까지 번진 이유가 무엇인가? 서로에게 귀를 닫고 대중의 소리를 듣지 않은 크고 작은 정치인들이 그 폭풍에 함께 몰락하였다. 누구를 나무랄 것도 없이 선거로 뽑힌 사람들은 듣는 것을 주업무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국민이 뽑아서 세운사람들에게 ‘듣고 있는 마음’이 없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스테리이다. 한반도 주변의 큰 나라들과 북조선을 즐겁게 하지 말자. 지금은 가정에서부터 정부까지 ‘듣고 있는 마음’을 새롭게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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